첫 번째 유산보다
두 번째 유산 후에 밀려오는 고통은 훨씬 더 컸다.

그도 그럴 것이,
첫 번째 유산 이후 나는 이미 1년 이상 나이가 들어버렸고(45세 ㅠㅠ)
두 번째 임신 했을 때 난 정말 이번이 마지막이겠구나 생각했기 때문이었다.
그런데 그것마저도 실패라니...
1년 전 난임 병원 나이 지긋한 베테랑 여의사 샘의 호통이 생각났다.
'자연임신이 되는 게 더 문제다!'
아, 이런 걸 두고 얘기 한거였구나...
그것도 모르고 나는 순진하게도 얼마든지 다시 자연임신을 할 수 있다고 생각 했었나...
어디서 오는 자신감이었나...
하나님께서 나에게 만드시 임신하게 하실 것이라는 그 약속을
내가 너무 문자적으로만 믿었던 건 아니었을까?
혹시 시험관 시술을 통해서 아이를 주시는 건 아닐까?
(근데 사실 난 나이, 난소나이 종합해 봤을 때 시험관 확률도 너무너무 낮은 상태였음)
시험관 실패하고 과배란 때문에 오히려 폐경만 앞당겨져서
자연임신 기회까지 놓치게 되진 않을까,
헛된 희망으로 괜히 골든타임 마저도 놓쳐버린 건 아닐까?
아~~~~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냐!!!
제정신이 아니었다.
첫 번째 유산 후에 많은 사람들이 나를 위로하며
'다시 꼭 임신 할거다', '하나님께서 반드시 아기를 주실 것이다',
'임신 위해서 기도하고 있다'라고
늘 얘기 했었다.
하지만 두 번째 유산 후에는
아무도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.
외로웠다.
친정 엄마는 두 번째 유산 후에 너무나 가슴 아파하시면서
다시는 임신 하지 말라고 하셨다.
딸 자식 몸이 망가지는 게 싫으셨나보다.
(역시 엄마에게는 손주보다 자식이 중하다는 걸 그 때 느낌)

아무튼, 믿음은 점점 옅어져 갔다.
그리고 그 이듬해 초, 우리 부부는 '올 해 말까지 임신이 되지 않으면
입양을 고려하자'라고 합의하기에 이르렀다.
늦은 나이에 결혼하면서
남편과 만약 아이가 안 생기면 입양하기로 합의를 했었다.
더 나이가 많아지면 아기를 입양해도 키울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
입양 시기 또한 무한정 늦출 수가 없었다.

그러던 어느날 답답한 마음에 남편과 함께 한 밤중에 청계산 기도원에 가서 산기도를 했다.
한참을 기도하며 내 마음을 하나님께 토해내던 와중에
마음 속에 떠오르는 말씀이 있었다.
그가 백세나 되어 자기 몸의 죽은 것 같음과 사라의 태의 죽은 것 같음을 알고도
믿음이 약하여지지 아니하고
믿음이 없어 하나님의 약속을 의심치 않고 믿음에 견고하여져서
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며 약속하신 그것을 또한
능히 이루실 줄을 확신하였으니
그러므로 이것을 저에게 의로 여기셨느니라
_로마서 4:19-22
눈물이 왈칵 쏟아졌다.
캄캄한 산 속에서 이 말씀을 찾아 읽고 또 읽으면서 펑펑 울었다.
"하나님 원하신다면 저에게도 이런 기적이 일어날 줄 믿습니다.
저를 불쌍히 여겨주시고 저의 수치를 거두어 주세요!"

그 날 이후 이 말씀을 써서 벽에 붙여 놓고 믿음이 약해질 때마다 읽었다.
그리고 다시 임신 준비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.
이제는 아무도 기대하지 않겠지만
나는 믿기로 했다.
다시 아이가 찾아올 거라는 걸.
여성으로서 죽은 것 같은, 폐경이 금방이라도 들이닥칠 것만 같은 나의 몸에도
약속하신 그것이 올 거라는 걸.

그러던 어느 날 길을 걷는데 갑자기 떠오른 찬양
'주가 일하시네'_김 브라이언
날이 저물어 갈 때 빈 들에서 걸을 때
그때가 하나님의 때
내 힘으로 안될 때 빈손으로 걸을 때
내가 고백해 여호와 이레
주가 일하시네 주가 일하시네
주께 아끼지 않는 자에게
주가 일하시네 주가 일하시네
신뢰하며 걷는 자에게
우리 모인 이곳에 주님 함께 계시네
누리네 아버지 은혜
적은 떡과 물고기 내 모든 걸 드릴 때
모두 고백해 여호와 이레
주가 일하시네 주가 일하시네
주께 아끼지 않는 자에게
주가 일하시네 주가 일하시네
신뢰하며 걷는 자에게
평소에 별로 관심도 없던 찬양이었지만
이 날은 이 찬양을 듣고 또 들으며 울었다.
네. 주님. 그렇습니다.
제 힘으로는 아무 것도 안 됐고 이제 빈 손뿐입니다.
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.
이제 그저 주님의 약속만 믿고 나아갑니다.
주님이 일 해주세요.

이 모든 터널 같은 시간이 지나
기적같이 임신이 된건
우리 부부가 임신 vs입양 마지노선으로 정했던
그 해 마지막 날 즈음이었다!
🎄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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